7월에 이어 9월은 주택분 재산세 2차분이 부과되는 달입니다. 우편함에서 9월 재산세 고지서를 꺼내 든 1주택 실거주자들의 마음은 묵직하다 못해 답답하기만 합니다.
“투기꾼을 잡겠다더니, 왜 아무 죄 없는 실거주자 주머니부터 쥐어짤까?”,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왜 서민들이 보금자리로 삼는 지방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가격만 계속 오르는 걸까?”
정부가 연일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세제를 개편한다지만, 시장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며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끊어놓고 있습니다. 왜 정책과 현장이 이토록 어긋나는지 그 구조적인 속사정을 파헤쳐 봅니다.
정부가 대출을 죄고 세금 폭탄을 떨어뜨리면 시장이 차갑게 식을 것 같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릅니다. 고가 주택 거래가 단기적으로 주춤하는 사이, 정작 서민들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중하위권 가격대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가파르게 뛰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풍선효과와 똘똘한 한 채: 규제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어설픈 다주택 대신 실수요가 확실한 주택으로 몰립니다. 상위권 시장이 막히면 그 바로 아래 단계의 중저가 아파트 시장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거주자들의 입지만 더욱 좁아집니다.매물 잠김으로 인한 가격 상승: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무거워지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어들입니다. 매물이 씨가 말라버린 상태에서 꼭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 몇 명이 거래를 체결하면 그 가격이 그대로 최고가가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정부는 보유세를 올리는 명분으로 ‘부동산 투기 차단’과 ‘불로소득 환수’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시장 작동 원리를 무시한 채 세금만 높이면, 그 피해는 집주인을 넘어 세입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조세의 전가 현상: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가 급증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전세의 월세화나 월세 증액으로 이어집니다. 집주인은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고, 결국 고스란히 그 부담을 감당하는 것은 집 없는 서민과 청년 세입자들입니다.
소득 없는 은퇴자의 비명: 수십 년간 고생해서 집 한 채 마련하고 은퇴한 고령층은 별다른 소득이 없습니다. 단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공시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9월마다 수백만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는 상황은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또 다른 형벌에 가깝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위치에 제대로 된 주택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정부의 공급 대책을 보고 있으면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합니다.
지식산업센터(지산) 주택화의 허구성: 공실이 넘쳐나는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으로 바꿔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대표적인 헛발질입니다. 지산은 공장 및 업무 시설로 지어져 주차장, 난방, 학교 부지, 아파트 단지 특유의 주거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기 힘든 건물을 주택 수치 채우기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눈앞의 생숙과 오피스텔 방치: 반면 이미 수만 가구가 건립되어 당장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활숙박시설(생숙)’이나 오피스텔은 법적·제도적 규제의 틀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규제를 완화하고 양성화해 주면 즉시 도심형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원들은 놔두고, 뜬구름 잡는 개발안만 내놓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편함에서 9월 재산세 고지서를 뜯어보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닙니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마련한 내 집 한 채에서 세금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사는 것입니다.
숫자 맞추기식 공급 대책과 징벌적 세금 부과는 절대로 집값을 잡을 수 없습니다.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대폭 완화하여 민생을 돌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울러 무리한 변종 건물 주택화 같은 꼼수 대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도심 내에 진짜 아파트를 공급하고, 이미 지어진 생숙 같은 유연한 주거 자원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유연함이 절실합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매년 9월 마주하는 국민들의 서늘한 분노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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